
처음 집에서 맥주를 만들어보겠다고 마음먹은 건, 동네 펍에서 마신 한 잔 때문이었다. 메뉴판에 ‘수제 에일’이라고 적혀 있었는데, 그 특유의 향과 깊은 맛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다. 그날 이후 인터넷을 뒤지고, 양조 관련 책을 사들였지만, 막상 주방에서 첫 시도를 하니 온통 물음표뿐이었다. 발효 온도는 왜 이렇게 중요한지, 맥아의 비율이 맛에 어떤 차이를 주는지, 거품이 줄지 않는 이유는 뭔지. 실패와 시행착오가 쌓이면서 조금씩 감이 왔다.
양조를 하다 보면, 맛을 만드는 건 재료뿐 아니라 과정이라는 걸 실감한다. 맥즙을 끓이는 시간, 홉을 넣는 타이밍, 숙성 기간과 보관 환경. 이 모든 변수가 작은 차이를 만들어낸다. 예를 들어, 여름에 만든 맥주와 겨울에 만든 맥주는 같은 레시피라도 전혀 다른 성격을 띤다. 그래서 계절별로 기록을 남기고, 다음 양조에 참고한다. 이 과정이 번거롭지만 묘하게 매력적이다.
최근에는 와인에도 도전하고 있다. 와인은 발효 기간이 길어 인내심이 더 필요하지만, 그만큼 완성 후의 기쁨도 크다. 포도 품종이나 산미 조절, 발효 중 향의 변화까지 관찰하는 재미가 맥주와는 또 다르다. 와인을 담근 병을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두고, 하루에 한 번 향을 맡아보는 시간이 요즘 나만의 루틴이다.
홈브루의 가장 큰 매력은 ‘내 입맛에 맞춘 맞춤 제작’이다. 시중 맥주에서 아쉬웠던 탄산 강도, 와인의 당도, 목 넘김의 부드러움까지 직접 조절할 수 있다. 물론, 그 과정에서 변수가 많아 실수도 잦지만, 오히려 그게 취미로서의 재미를 더한다. 완벽을 목표로 하기보다, 매번 조금씩 개선되는 맛을 느끼는 게 이 세계의 진짜 즐거움이다.
언젠가 나만의 시그니처 맥주와 와인을 만들어, 친구들과 함께 나누는 날을 꿈꾸고 있다. 그때 건배할 첫 잔의 거품 속에는, 수많은 시도와 기다림, 그리고 집에서 만드는 즐거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이다.
— 배정훈, 홈브루 센터 GY